콜렉토그라프 collecto-graph

“다행히도 소재가 공정을 잘 받아들였다.”



콜렉토그라프는 평소 라왕합판을 주로 쓴다.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쓰는 과정에선 어떤 공정을 선택했으며, 이전 공정과 무엇이 달랐나.

기존에도 cnc커팅을 베이스로 작업하기 때문에 그 방식을 적용했다. 다만 열에 민감한 소재다 보니 커팅 과정에서 녹지 않도록 속도 조절에 많이 신경썼다. 특히 사선 커팅이 까다로운 편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도 소재가 공정을 잘 받아들였다. 다만 단면이 조금 고르지 않지만 샌딩만 잘하면 괜찮을 것 같다. 조립이나 접합 역시 나무를 다룰 때 공정과 같다. 


샌딩도 나무를 다룰 때와 취급이 비슷한가.

공정은 거의 같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커팅 단면에 톱날이 지나간 자국이 남는데, 그걸 지우는 일이 쉽진 않다. 합판을 다룰 때도 샌딩이야말로 완성도를 결정하는 키포인트가 되는데, 재생플라스틱 판재는 커팅 단면을 갈아내도 매끈해지지 않고 거친 입자가 계속 남았다. 처음엔 그걸 어떻게 없앨지만 고민했는데, 그 질감을 소재의 매력으로 남기기로 타협한다면 다루는 데 큰 차이는 없다. 져스트프로젝트 sns에서 아크릴에 광내듯이 판재를 열가공하시는 모습을 보긴 했다. 그 방법으론 좀 더 매끈하게 마감될 것 같던데.


아크릴 가공하는 곳에서 ‘불광을 한번 내보면 어떻겠냐’ 제안하시더라. 구두 광 내는 것도 구두 표면을 살짝 녹이는 원리지 않나. 토치로 살짝 열을 가하니 거친 단면이 조금 매끈해졌다. 열에 취약한 소재 특성을 잘 활용하면 마감에 도움은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외 기존에 쓰던 재료와 또 다른 차이점은 없없나. 

당연히 처음엔 시각적 요소의 차이가 가장 크다고 느꼈다. 나무와 전혀 다른 무늬와 색을 가지고 있으니까.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다루기 전엔 경도와 다루는 방식이 나무와 많이 다를까봐 걱정했는데, 막상 다루어 보니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우리도 재료를 더 겪어봐야 요소들을 더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접 다루기 전에는 뭘 제일 걱정했나.

사전 미팅에서 열에 잘 녹는 소재라는 점을 강조하셨기 때문에 커팅 자체가 안 되면 어쩌지 걱정했다. 커팅에서 막히면 그 다음 가공들도 진행되질 않으니까. 판재를 받았을 땐, 판재가 많이 휘어 있어 당황했다. 며칠간은 판재를 바닥에 깔고 밟고 다녔다, 펴지라고. 다행히 잘 펴졌고 커팅 이후에도 크게 휨은 없지만, 평이 안맞는 판재는 커팅할 때 평소보다 더 단단하게 고정하고 신경썼다. 그런데 합판도 휘는 경우가 있으니까 다루는 데 어려움이 크진 않았다. 크게 뒤틀린 판재도 없었고.


앞으로도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사용해볼 것 같나.

솔직히 쓰던 소재를 계속 쓰는 게 편하긴 하다. 그간 쌓인 경험치도 있으니 말이다. 새로운 재료를 쓴다는 건 익숙하지 않은 점을 새로 배워나가는 과정이므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아직까지는 재생플라스틱 판재의 장점이 압도적으로 많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다만 버려진 재료를 다시 쓴다는 취지가 좋으니까 쓸 수만 있다면 앞으로도 써보고 싶다. 그런데 지금보다는 수급 과정이 조금 더 정돈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판은 시중에 3mm 단위로 나와 원하는 두께를 수월하게 구할 수 있다. 기존에 우리가 쓰던 두께는 주로 3mm~9mm인데, 재생플라스틱 판재는 그만큼 얇은 두께를 쓰기가 어렵다고 들었다. 우리가 기존에 쓰는 재료와 비슷한 사양을 갖춘다면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선택하기가 덜 부담스러울 거다. 기존 재료와 호환 가능한 경도와 무늬, 두께의 재생플라스틱 판재를 구하는 경로가 개선될 수 있다면 긍정적으로 고려할 것 같다. 


쓰던 재료와 두께가 많이 차이난다면, 두 소재를 함께 쓰기가 쉽지 않겠다.

재생플라스틱 판재의 두께가 두꺼운 만큼 평소 우리가 작업하던 것보다 제품의 사이즈를 키웠다. 합판과 어떻게 잘 섞어 쓸지는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재생플라스틱 판재의 무늬가 강하기 때문에 자칫 눈이 피로해질 수 있고, 제품의 구조가 잘 파악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무가 있음으로써 시각적으로 편안하게 다가갈 여지가 생긴다는 점이 두 소재를 함께 쓸 때 장점이 된다.  


콜렉토그라프는 온라인스토어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쇼룸을 통해서도 소비자들을 직접 만난다. 재생플라스틱 판재로 만든 제품을 판매한다면, 소비자들에게 어떤 점을 어필하고 싶나. 

기존 작업의 소재를 리사이클 소재로 바꾸어 완전히 다른 느낌의 제품을 보여드리는 재밌는 실험이 되었으면 한다. 재료의 취지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싶다. 재활용 재료에 대한 관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고는 해도 여전히 생소할 수 있으니까. 소재 특성상 우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색깔과 무늬가 다양하다는 점이 우리에겐 흥미로웠다. 같은 제품을 여러 개 만들어도 제품 하나하나가 개성을 갖고 유일해진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하기 좋은 포인트가 되지 않겠나. 우리가 만든 작품을 통해 이 소재가 잘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좋겠다.

하나뿐인 색과 무늬를 가진 제품이라는 건 양날의 검 같다. 그걸 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제품의 불완전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거다. 제품을 받아들이는 온도가 다르다면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불안하다. 이걸 좋아할지 불편해할지 예측이 안 되니까. 단순히 재활용 소재라는 의미만으로 제품을 어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능이든 미적 요소든 매력으로 제품을 어필할 필요성이 있다.

당연히 쓰임이나 디자인에 대한 타당성도 필요하고, 완성도로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다. 우선은 재활용플라스틱 판재로 만든 제품 하나하나가 가진 유일성이 소비자에게 가장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지 않을까. 우리도 이 소재를 처음 다루다보니 한동안 반응을 살피면서 이 제품의 내구성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나무와 다른 점은 무엇일지 지켜봐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콜렉토그라프의 첫 제품을 출시한 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최근엔 재활용 재료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많아짐을 느낀다고 했는데, 그간 소재의 지속가능성이나 친환경 이슈와 작업의 연결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나.

항상 마음 속 가시였다. 이 일이 즐거운 동시에 책임감도 무겁게 느낀다. 무언가를 재료로 소진해야지만 성장할 수 있는 입장인데, 그렇다고 성장을 멈출 수는 없고 대체할 수 있는 재료가 무엇일까 늘 물음표다. 나무라는 소재가 곧 이 브랜드의 정체성이기에 소재 자체를 바꾸는 건 어렵다.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는 요즘엔 우리도 무언가 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물건을 허투루 만들지 않는 것, 쉽게 버려지는 제품은 만들지 않는 걸 노력의 중심에 두고 있다. 자투리 자재를 최대한 활용한다든가 제품을 발송할 땐 충전재로 신문지나 재활용재를 많이 쓴다. 오프라인 마켓에선 장바구니를 들고 방문하시길 권한다. 최근엔 조금 흠집이 있는 제품 몇 개를 쇼룸에서 판매해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앞으로도 비슷한 세일즈를 이어가보면 어떨까 고민중이다. 


우려했던 것보다 합판과 재생플라스틱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약간의 가공을 거치긴 했어도 나무는 지극히 자연의 소재인 반면, 플라스틱은 인공물 그 자체지 않나. 

우리도 생각보다 마음에 든다. 두 소재의 물성이 달라서 함께 쓰는 게 잘 상상되질 않았다. 그런데 소재가 섞이는 모습이 이질적이지만은 않아서 재생플라스틱 판재가 ‘대체 가능한’ 소재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새로운 재료를 쓰면서도 콜렉토그라프의 무드가 깨지지 않는 점 역시 좋아보인다. 이 소재에 사선 커팅을 낸 것이나 홈을 파내는 공정을 적용한 것도 새롭다.

다행이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사람이 좋게 봤다니 우리도 한결 마음이 놓인다. 소재 특성상 홈을 파낸 자리에도 잔여물이 많이 남았다. 끝까지 마감을 신경써야 할 것 같다.


콜렉토그라프 @collectograph

라왕합판을 주 소재로 '콜렉토 박스'라는 데스크 오거나이저 시리즈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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